본문 바로가기

생각

회고 / 2022년

어떻게 갔는지 모르는 2022년이었다.

시간이 빠르다빠르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의 시간은 더 빠른 것 같다.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시기를 놓치기도 했고 솔직히 약간은 귀찮아지기도 해서 안 쓰고 있었는데, 지인 개발자들이 성실히 회고를 작성하는 것을 보고 자극받아 늦었지만 한 해를 돌아보며 회고를 작성해 보았다.

개발


'회고를 해볼까?' 하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1년 동안 어떤 개발을 했는가' 였다.

아래 이미지는 얼마 전에 회사에서 팀별로 한 해를 돌아보고 결산을 하는 자리를 가지기 위해 정리했던 문서 중 일부이다.

하루하루 지나갈 때는 몰랐는데 매달 서너 개의 크고 작은 기능들이 새롭게 추가되고 업데이트되었었다. (돌아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감회가 새롭..)

이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개발은 회계 시스템AI 시스템 개발이었다.

회계 시스템 

배경

지금까지 우리 회사에는 매출 매입 등의 경리 업무를 엑셀로 관리해 왔었다. 물론 경리업무를 간편하게 해주는 서비스는 많지만, 우리의 비즈니스 로직상 발생하는 니즈를 모두 충족시켜주는 서비스는 찾지 못했고, 그 때문에 엑셀로 관리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사용자가 늘고 매출이 증가하면서 엑셀로 관리하는데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회계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개발

처음에는 간단한 요구사항으로 시작했고, 순조로웠다.

입금과 송금을 기록할 수 있고, 카테고리를 분류할 수 있고, 몇 가지 파일을 연결시길수 있는...

그래서 요구사항대로 입금과 송금 클래스를 만들고 각 클래스는 카테고리 정보와 금액 정보를 가지고 있고, 파일 클래스와도 연관관계를 가지도록 만들었다.

 

고난

처음에는 잘 동작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생각하지 못한 여러 가지 요구사항들이 나왔다. (회계 시스템을 만든 이후로 4개월 동안 계속해서 새로운 케이스(새로운 요구사항)들이 발견되었다.)

분할 입금을 할 수 있어야 했고, 환불이 가능해야 했고, 분할 환불 등 회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고, 예외적인 경우도 많았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많다 하더라도 구현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건 아니었다. 문제는 처음 구현할 때는 위의 경우의 수들을 생각하지 못했고, 그렇기에 새로운 케이스가 발생할 때마다 이를 기존 시스템에 적용하는 데에 굉장히 애를 먹었다.

 

회고

우여곡절 끝에 모든 필요 기능이 다 구현된 회계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혹시 모른다. 언제 또 새로운 케이스가 발생할지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프로젝트였다.

먼저 내가 '회계'를 잘 몰랐다. 그냥 단순히 돈 들어온 거 기록하고 돈 나간 것을 기록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그 요구사항들이 예외 없이 클린 할 거라고 순진하게 생각했었다. 도메인 지식이 부족했던 것이다.

한번 더 생각해보고 최대한 확장 가능한 구조로서 개념을 더 잘게 쪼개서 클래스를 만들었어야 했다. 사실 이건 너무 기본적인 부분인데 안일함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

약간의 성찰과 확장 가능성을 가진 설계, 개념을 잘게 쪼개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경험이었다.

AI(?) 시스템 개발

R&D 정부 지원사업이라는 것이 있다. 어떠한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신청서를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정부로부터 해당 기술 개발에 필요한 금전적 지원을 받는 제도이다.
이번에 회사에서 2개의 지원사업 입찰에 성공했고, 개발 아이템은 각각 박람회 성과 예측 시스템박람회 추천 시스템이었다.

 

개발에는 머신러닝 기법 중 하나인  CBR(Case-based reasoning, 사례 기반 추론)이라는 개념을 적용했다.
과거에 있었던 사례(케이스)들의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례의 결과를 예측하는 기법이다.(위키 백과)

쉽게 말해 하나의 케이스라고 볼 수 있는 데이터를 벡터화시켜서 케이스끼리의 거리를 측정하고 거리가 짧을수록 비슷한 케이스라고 판단하여 비슷한 케이스의 결과를 가지고 새로운 케이스의 결과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이 개념을 이용해서 박람회 참가 준비 상태를 입력하면 해당 케이스와 가장 유사한 케이스들을 추려서 성과가 얼마나 있을지 예측한다거나, 비슷한 유형의 기업이 참가했던 박람회를 찾아 추천해주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사실 당장 그렇게 높은 수준의 정교함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도전적인 과제이기보다는 재미있었던 과제였다.

(역시 잘 모르는 분야를 새롭게 알아가는 건 재미가 있다)

회사


회사도 많이 성장했다.

투자사로부터 투자를 받아 Pre-A 시리즈가 되기도 했고, 무엇보다 작년대비 3배 정도의 성장 목표로 잡았던 7억 매출을 훌쩍 넘어 8억 매출을 달성했다.(2023년에는 또 3배인 24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원수도 2배 이상 늘었고, MAU도 3배 정도 늘었다.

 

인사 관련해서 개발자 채용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하반기에 회사와 핏이 잘 맞는 좋은 프론트 개발자가 정식 멤버로 합류하게 되면서 개발의 효율이 200% 늘어났다. 확실히 프론트 전담 개발자가 추가되니 UX면에서도 퀄리티가 높아졌다.
2023년에는 개발팀 4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발팀이 4명이 된다면 1명일 때보다 400%의 효율을 낼 수 있어야 할 텐데 이에 대한 고민을 요즘 많이 하고 있다.
2023년 말의 개발팀의 모습이 어떨지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내년에는


토이 프로젝트

나의 시간을 기록하는 어플을 토이프로젝트 해보려고 계획 중이다.
사실 2022년에도 토이프로젝트를 하나 진행했었다. 배드민턴 경기 결과 기록 및 레이팅 서비스였는데, 정책을 세우기가 까다롭고 무엇보다 내가 배드민턴을 안쳐서인지 개발을 끝가지 밀고 나가는 힘이 부족했던 것 같다.

 

 

흐지부지된 프로젝트를 통해서, 역시 내가 직접 사용하는 당장 필요한 기능이어야 재미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래서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 '시간 기록' 프로젝트였다.

올해 상반기에는 그룹으로 스터디도 하면서 열심히 살았던 것 같은데 하반기에는 마음이 해이해졌는지 놀러 다니고 넷플리스나 유튜브를 보며 쉬는 시간이 많이 늘었다.

문득 내가 올해 얼마나 자기 계발에 시간을 투자했고, 얼마나 놀았고, 의미 없이 보낸 시간은 얼마나 될지 궁금해졌다.

2023년에는 꼭 이 프로젝트가 결과물로 나올 수 있도록 열심히 해봐야겠다.(사실 그동안 많은 프로젝트가 흐지부지ㅠㅠ)

반년 회고...?🤔

회고 작성하자니 상반기에 있었던 일들 중 오래돼서 잘 생각나지 않았던 것도 있고, 최근의 일들은 쓸 이야깃거리가 많은데 글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다루지 않은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1년 회고는 너무 긴 것 같아 2023년에는 상반기 하반기로 나눠서 회고를 작성해보면 어떨까 싶다.(누구는 한 달 회고도 작성한다는데 반년쯤이야)

 

 

 

반응형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회고 / 2023 상반기  (0) 2023.06.18
1년차 회고  (3) 2022.01.10